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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맹은 죄라고 할 수 없다. 영화 더 리더: 책 읽어 주는 남자
  • 김수현 기자
  • 승인 2017.04.13 23:46
  • 호수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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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감독 스티븐 달드리의 로맨스 영화. 그의 작품은 그리 많진 않지만 빌리 엘리어트, 디 아워스 등의 수상을 받은 작품이 있다. 그의 작품 중 하나인 책 읽어 주는 남자는 2009년 3월에 개봉했던 로맨스 영화이고, 얼마 전 1월 cgv에서 단독 재개봉하였다. 이 이야기는 10대 소년과 30대 여성의 러브스토리이다. 많은 나이차를 굴복하고 관계를 갖지만 결국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잦은 다툼 끝에 헤어진 이야기다. 1958년 독일 배경의 주인공인 소년 마이클은 비에 흠뻑 젖어 근처 건물에서 피한다. 비에 젖은 마이클은 몸 상태가 안 좋아서 바닥에 주저앉아 구토를 하지만 건물에 사는 여성 한나 에게 도움을 받고, 집 앞에 배웅까지 받게 된다. 마이클은 부족함 없고 항상 격식을 지키는 집안에서 자라온 걸로 보인다. 그래서 감사의 인사를 하기 위해 꽃다발을 들고 그녀의 집을 찾아간다. 다소 차가운 성격의 한나는 마이클을 탐탁지 않은 얼굴로 본다. 마이클은 꽃만 건네주고 가려다가 옷을 갈아입는 한나를 훔쳐보다 들통나서 도망친다. 다음날 그녀의 집을 다시 찾아가자 한나는 옷을 벗으며 이럴 생각으로 온 것 아니냐며 묻는다. 마이클도 물론 그녀에게 이끌렸고, 부정하는 기색은 없었다. 둘은 주기적으로 성관계를 가지고, 매일이고 그녀에 집에 찾아가 같은 행위를 반복한다. 부모님은 마이클의 귀가가 자주 늦어지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지만 아직 중학생 밖에 안 된, 그리고 자신의 아들이 그런 관계를 갖고 있다는 의심은 하지 않는다.

 하굣길에 항상 한나에게 들러 관계를 가지던 날을 보내던 중, 한나는 마이클에게 학교에서 배운 것 또는 책을 읽어달라고 했다. 이 상황에선 누구나가 정말로 책을 읽어주길 바라는 줄로 생각하겠지만 한나는 글을 읽을 줄 모른다. 관계 전 꼭 책을 읽어달라고 하는 한나는 책을 좋아하고, 자기감정에 솔직한 여자지만 문맹이라는 결점이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상관없는 직업인 버스매표 확인하는 일을 하고 있다. 마이클은 별 생각 없이 학교에서 배웠던 것을 읽어주었다. 그는 한나가 문맹인 것을 아주 한참 뒤에야 깨닫게 된다. 둘은 서로 너무 좋아하고 사랑했지만, 다툼 또한 매우 잦았다. 한나는 더 이상 관계를 가지면 서로에게 해가되고 힘들까봐 다짐한다. 이번 관계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만나지 않겠다고. 다음날 마이클은 한나가 말 한마디 없이 집을 비우고 떠난 것에 절망에 빠졌다. 그녀와 헤어지고 8년 후 마이클은 법대에 다니고 있는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다. 학교 활동 중 재판 관람 활동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피고인석에 서있는 한나를 봤다. 그녀는 용의자로써 증거물 서류를 읽기만 하면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데, 읽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름조차 쓰지 못하여 모든 죄를 덮어쓰게 된다. 더불어 가중처벌로 인해 무기징역을 받아 평생 교도소에서 삶을 보내야 한다. 여기서 마이클은 왜 그녀가 서류를 읽지 않았고 여태껏 책을 읽어 달라는 이유를 알게 된다. 그동안 한나를 대했던 것에 후회하고 절망에 빠진 채 시간이 지난다. 마이클은 어엿한 중년 변호사, 한나는 수감된 채 노년이 되었다. 마이클을 잊고 지낸지 얼마나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현재 수감생활에 불만 없이 지내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선 생기가 없어 보였다. 평범한 수감생활을 보내던 중 그녀 앞으로 익명의 소포가 왔다. 내용물은 구식 카세트와 카세트테이프. 카세트테이프에는 숫자가 쓰여 있다. 1번 테이프를 재생시키자 마이클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의 목소린지는 몰랐겠지만 카세트에서 들린 첫 문장인 "호머의 오디세이"를 듣고 마이클인걸 알아챘다. 마이클이 처음 읽어줬던 책의 제목이기 때문이다. 마이클은 '호머의 오디세이'를 테이프에 녹음하고 분할하여 그녀에게 보낸 것이다. 그녀는 옥내 활동 외에는 카세트를 끼고 살았고 주기적으로 오는 테이프를 기회로 삼는다. 교도소 내 도서관에서 카세트에 나오는 책을 빌려 펜과 종이를 잡고 단어 하나하나 익혀간다. 간단한 단어부터지만 한나는 글씨를 쓰는 것이 가능해졌고 마이클에게 한 문장의 편지를 보낸다. ‘꼬마야 지난번 책 좋았어’. 이외에도 여러 가지 요구사항의 편지를 보냈지만, 마이클은 답장은 하지 않고 서랍에 편지를 쌓아 놓는다. 마이클은 오직 녹음된 카세트테이프를 보낼 뿐이었다. 몇 년 동안 보낸 것인가 한나의 방에는 카세트테이프가 수많이 쌓여있었다. 카세트테이프의 개수만큼 그녀는 문맹이라 부르지 못 할 정도로 글을 쓰는 것에 능숙해 졌다. 수감생활 20년 후, 한나는 양호한 행장으로 인해 가석방 판결을 받는다. 교도소장은 가족도 친구도 없는 한나의 일자리와 살 곳 마련을 마이클에게 부탁한다. 모든 절차를 마친 후 출소 일주일 전, 한나는 목을 메달고 자살을 택한다. 그녀가 자살한 이유는 영화 속에 나오지 않는다. 독자나 시청자가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다. 이미 가정이 있는 마이클은 이제 절망할 이유가 없다. 설령 첫사랑의 상대가 자살을 했더라도.. 그는 한나의 마지막 자리에서 글 연습의 흔적, 그리고 마이클 앞으로 남긴 소량의 돈을 받는다. 그의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후에 변호사 마이클_베르크는 죽은 한나_슈미츠의 무고입증을 받아낸다. 이들의 사랑은 마치 불꽃놀이처럼 초기엔 그 누구보다도 뜨거운 사랑을 나눴지만 중반부부터 서로에게 지쳐 불꽃이 꺼지는 느낌을 준 슬프고도 아름다운 작품이다.

 

 

김수현 기자  dyg417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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